"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오페라요? 한편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어떤건지 궁금하잖아요"

-부산맹학교/온복순(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도 즐길 수있는 오페라는 없을까요?"
이 질문에서부터 저희 배리어프리오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 재문이와 오페라를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조용한 공연장에서 그는 "지금 무대에 누가 있는지, 사람들은 왜 웃는지, 왜 놀라는지..."를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시각장애인협회와 맹학교, 문화회관을 비롯한 각종 조사 결과, 당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페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페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외국어로 노래하는 데다가, 전문성이 강해 배리어프리화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제작,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해 스토리와 음악이 가진 힘으로 장애의 장벽을 넘어서고자 했습니다.장애인을 생각하며 출발한 프로젝트지만, 자연스러운 구성과 높은 음악적 완성도, 소리가 주는 상상력을 더해, 비장애인도 즐기는 오페라를 만들어 공감으로 장애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자 했습니다. (최근에는 음악수어통역을 더해 청각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장애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배리어프리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오페라는 장애여부에 관계없이 모두가 어려워하는 장르이기에 (성악을 전공한 제게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런 색다른 접근이 비장애인들에게도 오페라를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방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둠속의 악보
배리어프리오페라 악보
눈을 감고 관찰하라
휴스턴 공연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는
"오페라가 좋으니 장애인 여러분도 한번 접해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 살다가 한번쯤, "오페라가 뭘까?"라는 질문이 들 수 있죠.
    장애인들에게 이런 의문이 들 때, 그래서 우리사회가 그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적어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이 빈 곳을 사회가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시에 사회가 빈 곳을 음악이 채워가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장애여부를 넘어 함께 공감하고, 즐기는 이 예술적 체험을 잠시나마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 우리가 장벽없는 사회에 한발짝 더 다가가고 있다고 믿게 됐습니다. 나아가 배리어프리 오페라를 접하신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나는 어떤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지, 또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차별받는 것들에 대해 한번이라도, 잠깐이라도 함께 고민해주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배리어프리 오페라 휴스턴 공연 제작진

  • | 배리어프리 오페라 <라 보헴> 안대배부 현장

    저와 함께 예술이 가진 힘을 믿어주세요. 저는 음악으로 받은 한 개인의 감동이 모여 이 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부분이나마 바뀌어갈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려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지켜봐주시고, 함께 해 주세요. 함께 고민해주실 분들을 찾고, 모으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